청주 무농정지에서 만난 도심 속 고요한 풍류

여름의 열기가 조금 누그러진 오후, 청주 상당구 용암동의 주택가를 지나 무농정지를 찾았습니다. 도시 한가운데에 이렇게 고요한 연못이 있을까 싶을 만큼 주변은 한적했고, 연못 위에는 바람이 스치며 잔물결이 일렁였습니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마을 연못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돌로 쌓은 제방과 자연스러운 곡선의 물길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수면 위로 연잎이 둥둥 떠 있고, 그 사이로 잠자리 한 마리가 가볍게 날았습니다. 오래된 정자와 나무들이 둘러선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 같았습니다. 무농정지는 단순한 저수지가 아니라, 청주의 옛 풍류와 생활이 스며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1. 용암동 마을 안쪽의 접근로

 

청주 시내 중심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 용암동의 조용한 주택가 끝자락에 무농정지가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면 ‘무농정지’ 안내석이 보이고, 그 옆으로는 작은 공터형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연못까지는 도보 1분 거리로, 완만한 흙길을 따라 내려가면 바로 수면이 보입니다. 도심 속이지만 주변이 의외로 조용하고, 자동차 소리 대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들립니다. 연못 가장자리는 낮은 돌담으로 둘러져 있고, 봄과 여름에는 들꽃이 피어 색감을 더합니다. 해가 질 무렵이면 수면에 석양이 비쳐 붉은빛으로 변해,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2. 연못의 구조와 풍경의 조화

 

무농정지는 타원형 구조로, 자연 지형을 따라 만든 전통 연못입니다. 제방 부분은 돌과 흙을 섞어 쌓았고, 중앙부에는 수심이 깊어 물빛이 짙은 남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연못 가장자리에 버드나무와 느티나무가 늘어서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수면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여름철에는 연꽃이 활짝 피어나 향기가 은은하게 번졌고, 가을에는 낙엽이 수면에 떨어져 금빛 물결을 만들었습니다. 물속에는 작은 붕어와 송사리가 헤엄치며 생기를 더했습니다. 정자 주변에는 자연석이 놓여 있어 앉아 쉴 수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수면 위 파문이 정자의 그림자를 흔들었습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그대로 살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3. 무농정지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

 

무농정지는 조선 후기 지역 사대부들이 풍류와 학문을 나누던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름 ‘무농(無農)’은 벼농사와 상관없는, 즉 순수한 자연의 즐김을 뜻한다고 전해집니다. 이곳에는 원래 ‘무농정’이라는 정자가 있었으며, 주변의 학자와 문인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논했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일부 구조가 훼손되었으나, 연못의 형태와 수로는 원형 그대로 보존되었습니다. 지금은 청주의 전통 수경유산으로 지정되어 국가유산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단순한 물 저장 공간이 아니라, 조선 시대 선비들이 자연 속에서 정신의 안정을 찾던 문화적 공간이었던 셈입니다. 연못을 둘러싼 고요함 속에 옛 풍류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4. 세심한 관리와 현재의 모습

 

연못 주변은 정기적으로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제방의 풀은 일정한 높이로 깎여 있었고,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했습니다. 안내판에는 무농정지의 역사와 명칭 유래, 조성 시기의 간략한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여름철에는 연꽃이 만개해 향기가 주변으로 퍼지고, 가을에는 억새와 갈대가 연못 둘레를 감싸며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정자 자리는 현재 평상 형태로 복원되어 있으며, 그 위에 앉으면 연못 전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햇빛이 수면 위에서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나고, 그 빛이 나무와 돌에 부딪혀 따뜻한 색감을 만들어 냈습니다. 관리가 과하지 않아 오히려 자연스러운 조화가 살아 있었습니다.

 

 

5. 주변 명소와 연계 코스

 

무농정지를 둘러본 뒤에는 가까운 ‘청주 상당산성’을 함께 방문했습니다. 차로 10분 거리이며, 역사 유적과 자연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입니다. 또한 용암동 인근에는 ‘청주 고인쇄박물관’과 ‘상당공원’이 있어 하루 일정으로 연계하기 좋았습니다. 도심 속 산책을 원한다면 연못 옆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을 느껴보는 것도 좋습니다. 점심 무렵에는 근처 ‘용암식당’에서 두부전골을 맛보며 잠시 쉬어갔습니다. 무농정지의 고요한 정취에서 시작해 역사와 생활이 공존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자연과 도시가 맞닿은 청주의 매력이 느껴지는 동선이었습니다.

 

 

6. 방문 팁과 유의사항

 

무농정지는 별도의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오전 10시 이후 방문하면 햇빛이 연못을 정면에서 비춰 가장 맑은 색감을 볼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모기가 많아 긴 옷을 입는 것이 좋으며, 비 오는 날에는 제방길이 미끄러우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정자 자리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음식물 섭취는 제한되어 있습니다. 사진 촬영 시에는 삼각대 사용이 불가하므로 간단한 휴대폰 촬영을 추천드립니다. 주차공간이 협소하니 인근 주택가 도로변을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조용히 머물며 사색하기 좋은 공간이므로, 잠시 바람과 물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길 권합니다.

 

 

마무리

 

무농정지는 청주의 오랜 생활문화와 풍류가 깃든 소박한 공간이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물결 하나에도 세월의 흐름이 담겨 있었습니다. 연못을 감싸는 나무와 바람, 그리고 반사되는 빛의 조화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래전 선비들이 자연을 벗 삼아 마음을 닦던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잠시 머무르면,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시 찾는다면 봄 새벽, 연못 위로 피어오르는 안개 속에서 무농정지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청주의 한복판에서 세월이 고요히 머무는 장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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